<향수 리뷰>시크한 바닐라 향수. 크리드"서브라임 바닐"

 비슷비슷한 바닐라 향수에 질리셨다면? 바닐라 향수는 저렴하거나, 싼 티 난다라고 생각을 하신다면?
 크리드의 고급진 "서브라임 바닐"에 주목하세요! 지금까지 맡아왔던 바닐라 향수의 세계를 완벽하게 깨부숴 줄 거예요.

 바닐라 향수는 시중에 많이 나와 있지만, 특색 있는 바닐라 향수는 찾기가 쉽지 않은데요. 바닐라의 달콤함에만 치중한 나머지 방향제, 혹은 학교 앞 문방구에서 팔 법한 싸구려 향수 같은 느낌이 들 때가 많아요. 저도 향수를 좋아해서 많은 바닐라 향을 맡아봤지만, 제 맘에 든 아이는 딱 두 가지인데요. 세르주 루텐의 "엉브와 바닐"과 크리드의 "서브라임 바닐"입니다. 크리드의 "서브라임 바닐"은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서늘한 바닐라"라고 표현할 수 있어요. 반대로 세르주 루텐의 "엉브와 바닐"은 "따스한 바닐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엉브와 바닐에 대해서는 다음에 다루기로 하고, 오늘은 서늘한 바닐라인 "서브라임 바닐"을 소개해 보도록 할게요.

 크리드는 대표적인 니치 향수 브랜드입니다. 그 중 서브라임 바닐은 크리드 라인 중에서도 로열 익스클루시브 라인에 속합니다. 크리드의 로열 익스클루시브는 크리드 창립 250주년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소량 생산되어 소장 가치가 있는 아이들이랍니다! 보틀의 영롱함을 보세요... 하나하나 수제로 만든다고 합니다.

출처: fragrantica

출처: fragrantica

 향 구성을 보시면 바닐라와 시트러스가 압도적인 것을 볼 수 있어요. 바닐라 향수에는 시트러스 향조가 들어가더라도 시트러스가 존재감을 거의 드러내지 못하는데, 서브라임 바닐은 이것을 가능하게 합니다. 바닐라 향조는 탑노트에 위치하지만, 베이스 노트까지도 존재감을 과시합니다. 보통 향수는 탑노트의 트레일이 짧고, 시간이 지나면서 베이스 노트만 드러나기 쉬운데, 크리드는 특이하게도 탑의 바닐라 향이 베이스 노트까지 이어지네요. 시트러스 향조가 다른 향조에 비해 약한 편이다 보니 바닐라 향에 묻히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으나, 언뜻언뜻 존재감을 과시합니다. 잊을만하면 톡톡! 나 여기 있어 이러는 느낌이에요.

 제가 서브라임 바닐을 바닐라 향수 중에 독특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바로 서늘한 바닐라이기 때문입니다. 저희가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참 많이 먹기는 하지만, 바닐라는 사실 따뜻한 계열로 분류되는 편입니다. 달콤하고, 찐득하면서도, 몸을 포근하게 감싸주는 느낌이 있는 향조입니다.

 그런데 서브라임 바닐은 특이하게도 서늘한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느껴지는 향입니다. 달콤한 바닐라가 아니라 깔끔한 바닐라가 느껴져요. 굳이 따지자면 달달한 맛이 강한 투게더 바닐라보다는 깔끔한 바닐라 맛을 내는 하겐다즈 바닐라가 느껴진달까요. 그러면서도 라임을 한 방울 안에 넣은 느낌입니다. 깔끔한 바닐라이다 보니 라임이 한 방울만 들어가도 마치 흰 도화지에 노란 물감을 떨어뜨리듯 존재감을 잃지 않는 것 같아요. 처음에는 서늘하면서 상큼했다가 살짝 부드럽고 따뜻한 향으로 마무리가 됩니다. 서늘하면서 따뜻하다는 게 한 향수 안에 존재할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깔끔한 바닐라이기 때문에 여름에도 무리 없이 쓸 수 있을 만한 향입니다. 바닐라 향조가 보통 덥게 느껴질 수 있어 한여름엔 쓰기 어려운데 서브라임 바닐은 365일 데일리로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지속력 강하기로 유명한 크리드 중에서는 약한 편이지만, 다른 향수들에 비해서 지속력이 약한 편은 아닙니다. 그리고 서늘하면서 따뜻한 바닐라라는 것이 찾기 쉬운 것은 아니기 때문에 충분히 소장할 만한 가치가 있어요. 마치 차가운 줄로만 알았던 시크한 사람이 알고 보니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었던 것처럼 바닐라의 두 면을 잘 보여주는 향수입니다.
 식상한 바닐라에 질리셨다면, 크리드 "서브라임 바닐"도전해 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추천하는 사람>
식상한 바닐라 향수가 싫으신 분
시크한 향수를 찾으시는 분
깔끔한 향수를 좋아하시는 분
365일 쓸 수 있는 향수를 찾으시는 분
자신의 이중적 매력을 드러내고 싶으신 분

 이상으로 포스팅 마칠게요! 도움이 되셨다면 공감과 댓글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