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입춘(入春)이 지났습니다. 한겨울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봄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찬바람이 불 때는 달콤한 향이 몸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었는데, 요즘엔 좀 더 가볍고 산뜻한 향을 찾게 됩니다. 날씨뿐만 아니라 코에도 봄이 오려고 하는 것 같네요. 오늘은 봄비가 지나가고 난 후에 숲에서 나는 향기처럼 싱그럽고 산뜻한 향수, 에르메스의 "운 자르뎅 수르닐"을 소개합니다.

운 자르뎅 수르닐은 프랑스의 세계적인 브랜드인 에르메스의 수석 조향사 장 끌로드 엘레나의 작품입니다. 장 끌로드 엘레나는 에르메스의 유명한 자르뎅(Jardin) 시리즈를 조향 했는데, 일명 "정원 시리즈"라고 불립니다. 장 끌로드 엘레나가 세계의 정원을 여행하면서 얻은 영감을 조향 한 향수 시리즈입니다. 그중 하나인 "운 자르뎅 수르닐"(이하 수르닐)은 프랑스어로 "나일강의 정원"이라는 뜻입니다. 나일강을 끼고 있는 아스완이라는 도시를 여행하면서 얻은 느낌을 향수 속에 그대로 표현했다고 합니다.

출처 fragrantica
출처 fragrantica

향의 구성을 보시면 생각보다 들어있는 재료도 많고 복잡합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 향들이 균형을 아주 잘 이루고 있습니다. 수르닐은 "시트러스, 아로마틱, 그린" 이렇게 세 가지 단어로 말할 수 있습니다. 탑노트에서 자몽 껍질의 씁쓸한 향이 코를 탁 하고 때리면서 토마토 줄기의 향이 퍼집니다. 토마토 줄기의 향을 맡아보셨나요? 생각보다 과일의 향이 나는 것 같으면서도 채소와 풀의 향이 잘 어우러져 있는데 푸릇한 느낌이 조금 더 강합니다. 그리고 연꽃의 향이 부드럽게 고개를 내밀기 시작합니다. 제가 플로럴 계열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연꽃은 은은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들어 선호하는 편입니다. 연꽃이 메인인 향수로는 에어린의 워터릴리라는 향수가 있으니 다음번에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가끔 같은 재료를 가지고 서양과 동양이 표현이 다른 경우가 있습니다. 이전에 "라일락이 한국에서는 이국적이라고 느껴지지만, 서양에서는 할머니 정원에서 나는 것처럼 포근하고 그리운 향이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요, 이처럼 같은 재료라도 그 문화에 따라서 조금씩 표현방법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연꽃의 경우에는 차분함, 부드러움, 조용함 이런 이미지가 동양과 서양이 크게 다른 것 같지 않습니다. 이슬이 맺힌 듯 촉촉해진 연꽃의 은은한 향이 사람을 차분하게 만들어 줍니다.

잔향은 시원한 산들바람 같습니다. 보슬한 비가 지나가고 난 뒤에 흔들리는 풀들 사이로 바람이 살랑거리는 느낌입니다. 비가 내리면서 촉촉해진 대지에서 올라오는 향과 파릇한 이파리의 향이 한데 어우러져 시원한 느낌을 더해줍니다. 산뜻하고 시원하며 잔잔하게 가라앉는 향으로 마무리가 됩니다.

저는 이 향을 맡으면 깔끔하고 일을 잘할 것 같은 사람이 생각납니다. 그리고 차분하고 전문적인 인상을 주고 싶을 때 뿌리면 좋은 것 같습니다. 달콤하거나 무거운 향만 뿌리셨다면 이번 기회에 은은하고 산뜻한 향수를 사용해보는 건 어떨까요?

<추천하는 사람>
가벼운 향수를 찾으시는 분
깔끔하고 차분한 이미지를 원하시는 분
계절 상관없이 쓸 수 있는 향수를 찾으시는 분
중성적인 향수를 찾으시는 분

이상으로 포스팅 마치겠습니다. 도움이 되셨다면 공감, 댓글 부탁드려요!

반응형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네이버 밴드에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